매서운 추위가 느껴지는 겨울이면 누구나 따뜻한 햇살과 온화한 바다가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혹독한 한파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면,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들이 반가운 대안이 될 것이다. 겨울에 떠나지만 현지에서는 땡볕이 내리쬐고, 눈 대신 모래사장에서 산타 모자를 쓴 사람들이 여유롭게 서핑을 즐기는 풍경을 상상해보자. ‘썸머크리스마스’라는 말 그대로, 여름에 만나는 크리스마스가 얼마나 이색적일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국적인 해변에서 트리에 불을 밝히고, 반짝이는 전구와 함께 밤바다를 산책하는 재미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들다. 단 며칠의 휴가여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더욱 의미 있는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세 곳은 겨울철에 떠나면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호주

호주는 남반구에 위치해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인 곳이다. 연말에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동시에 여름 날씨로 만끽하고 싶다면 이보다 좋은 선택지는 찾기 어렵다. 시드니, 멜버른, 골드코스트 등 다양한 도시가 저마다 다른 분위기를 자랑한다. 호주에서의 크리스마스는 거리와 해변마다 꾸며진 화려한 장식 덕분에 한여름 크리스마스만의 독특한 열기가 가득하고, 연말이면 시드니 하버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가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만든다.
호주는 영국의 식민지 배경을 가졌지만 현재는 다양한 문화권이 공존하는 다민족 국가로 성장했다. 도시마다 고유의 문화가 섞여 있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를 구경하며 도시적 활기를 느낄 수도 있고, 북부나 서부 지역으로 이동해 울룰루(에어즈 록) 같은 자연의 웅장함에 빠져들 수도 있다. 특히 해변에서 수영복 차림에 산타 모자를 쓰고 서핑보드를 들고 다니는 현지인들을 보면, 여름 크리스마스가 주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더욱 실감 난다. 한국에서 호주까지의 비행시간은 직항 기준 약 10시간 전후로, 생각보다 길긴 하지만 기내에서 휴식을 취하면 여유롭게 도착해 긴 휴가를 보내기에도 좋다.
호주 주요 도시 간 이동은 국내선 항공편이 활성화되어 있어 지역 간 여행도 편리하다. 대중교통을 잘 갖춘 시드니나 멜버른에서는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근교 투어를 즐길 수도 있다. 현지에서 자동차를 렌트한다면 더 폭넓게 도시 밖의 해변과 국립공원 등을 탐험할 수 있어, 넓은 호주 대륙의 매력을 온전히 맛보고 싶은 여행객에게 추천한다.
필리핀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은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휴양지 중 하나로, 겨울철에 떠나기 제격이다. 세부와 보홀 등으로 떠나면 간편하게 비행해 약 4시간 30분만에 상상하던 열대의 풍경에 도달할 수 있다. 세부는 호텔부터 수상 액티비티까지 다양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커플 여행부터 가족 휴양까지 폭넓게 만족시킨다. 깨끗한 바다로 유명한 보홀 역시 호핑투어와 스노클링이 발달해 있어 투명한 바다에서 형형색색의 산호초를 감상하며 바닷속 풍경의 낭만을 즐기기 좋다.
필리핀은 역사적으로 스페인의 오랜 통치로 인해 가톨릭 문화가 깊게 뿌리내려 있다. 덕분에 크리스마스에 대한 열정이 유독 큰 편이고, 도시와 마을 곳곳에 화려한 트리와 장식 등이 가득하다. 여행객들은 신나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열대의 해변을 만끽할 수 있으니, 한겨울에 찾아온 여름 바닷가가 얼마나 이색적인 체험인지 직접 느껴볼 수 있다. 현지 음식인 레촌(통돼지구이)이나 바비큐도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세부 시내부터 보홀 섬 이동은 페리를 통해 가능하며, 이동 시간이 길지 않아 여러 섬을 한꺼번에 둘러보고 싶다면 동선을 짜서 섬 투어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역사와 휴양을 함께 경험하고 싶다면 스페인식 건축물이 남아 있는 구시가지나 성당을 찾아보는 코스도 추천한다. 현지인과 함께 크리스마스 미사에 참여하면 색다른 문화 체험이 될 수 있다. 달콤한 망고주스를 손에 들고, 한껏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서 추위를 잊은 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순간은 필리핀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사이판
사이판은 북마리아나 제도의 대표 섬으로, 한반도에서 비행기로 약 4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남국이다. 면적이 아주 넓지는 않지만 동서남북에 걸쳐 다양한 관광지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 짧은 기간에도 알차게 둘러볼 수 있다. 서쪽 해안에는 리조트와 해변이 자리해 편리하고 럭셔리한 휴양을 즐기기 좋고, 동쪽으로 가면 정글 같은 자연 경관과 깊은 바다 절벽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남쪽과 북쪽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적지와 역사 유적이 남아 있어, 매력적인 자연과 역사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
사이판을 여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마나가하 섬’이다. 걸어서 15분이면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작지만, 반나절 이상 머물러도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산호초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바다는 멀리 나가지 않아도 스노클링만으로 충분히 비현실적인 열대어 군무를 구경할 수 있다. 바나나보트나 패러세일링을 통해 한층 짜릿한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수도 있어, 여유로운 휴양과 다이내믹한 레포츠를 한꺼번에 누리고 싶어하는 여행객에게 제격이다.
사이판 북부의 그로토는 자연 동굴 지형과 청아한 바닷물이 어우러져 다이빙 명소로 손꼽힌다. 입구의 계단을 내려가면 작고 깊은 동굴 안으로 바닷물이 들어와 환상적인 빛깔을 선사한다. 이곳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사이판 시내와 주요 관광지 이동은 택시나 셔틀버스, 렌터카 등을 통해 가능하며, 섬 자체가 크지 않아 이동에 큰 부담이 없다.
이처럼 호주, 필리핀, 사이판 세 곳은 겨울에 떠나기에 더욱 빛나는 대표적인 썸머크리스마스 여행지다. 추운 겨울을 잠시 잊고 싶다면 따뜻한 해변으로 떠나 모래사장 위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언제 찾아가도 밝은 태양과 푸른 바다가 반겨주는 이국의 겨울 풍경은 여행자에게 새로운 설렘을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