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흩날린 자리에 초록이 올라오는 5월, 충남 태안 청산수목원은 다른 계절과 확연히 구분되는 풍경으로 여행객을 맞이한다. 이맘때 가장 강렬한 색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존재는 바로 ‘홍가시나무’다.

제주에서나 볼 수 있던 붉은 나무가, 이제는 태안에서도 절정의 모습을 선보인다. 청산수목원은 5월이면 산책로 곳곳을 붉은 빛으로 물들이며, 이국적인 정원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연분홍의 벚꽃도, 진초록의 메타세쿼이아도 잠시 물러선 자리를 붉은 잎들이 가득 채운다.
홍가시나무는 새잎이 붉게 돋는 봄철에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청산수목원에서는 이 나무들을 산책로, 수로 주변, 조형물 뒤편 등 다양한 공간에 조화롭게 배치해 압도적인 시각적 감흥을 전한다. 특히 ‘황금 메타세쿼이아 길’과 이어지는 구간은 붉은 잎과 노란 잎이 동시에 펼쳐지는 독특한 컬러 대비로 감탄을 자아낸다.
햇살이 스며든 홍가시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감성은 채워진다. 붉은 잎들이 반짝이는 그 풍경은 마치 유럽의 가을 정원을 닮았고, 카메라 셔터를 멈추기 어려운 장면을 연출한다. 실제로 SNS에는 ‘청산수목원 홍가시’ 해시태그로 수많은 인증샷이 쏟아지고 있다.
이 수목원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자연과 예술의 융합에 있다. 청산수목원은 단순한 식물 전시 공간이 아닌, 고흐·밀레·모네의 그림에서 모티프를 얻은 테마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붉은 나무들 사이사이에는 조각 작품과 벤치, 작은 연못들이 조화를 이루며 걷는 내내 예술 속에 들어온 듯한 감각을 제공한다.
청산수목원은 사계절 모두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지만, 5월은 특히 눈에 띈다. 봄의 끝과 여름의 시작이 만나는 시기, 초록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붉은 홍가시가 주인공이 된다. 계절의 색채가 뒤섞이며 만들어내는 이 풍경은 감각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다.
넓게 조성된 산책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을 만큼 평탄하게 정비되어 있으며, 곳곳에 포토존과 쉼터가 마련돼 있다. 붉은 잎이 하늘을 가린 숲길을 걷다 보면, 물가에 비친 반영까지 붉게 물든 모습에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청산수목원은 태안군 남면에 위치해 있으며, 입장권은 성인 기준 9,000원이다. 차량 방문 시 수목원 입구 인근에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어 접근성도 우수하다.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실시간 개화 상황과 운영 시간을 확인하는 것도 추천된다.
5월, 단풍보다 먼저 찾아온 붉은 나무들이 전하는 위로와 울림. 붉은 숲길 한가운데서 걷는 그 순간이, 뜻밖의 감정과 영감을 전해줄지도 모른다. 짧은 시기를 놓치지 말고 청산수목원에서 감각의 쉼표를 찍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