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고, 매서운 추위가 지나간 자리에 설렘 가득한 꽃향기가 고개를 내밉니다. 마음속에 여유가 생기면 어디론가 떠나고픈 욕구도 자연스레 생기곤 하죠. 한 해를 시작하는 봄, 이번에는 제대로 된 국내 여행을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요? 벚꽃, 매화, 동백 등 봄을 대표하는 꽃들의 향연과 한층 포근해진 날씨가 기다리는 다섯 도시를 소개합니다. 이 도시는 다 가봤다고 생각했다면, 숨겨진 매력까지 파헤쳐보는 여행 전문 기자의 시선으로 살펴보세요.
충주
충주는 과거부터 충청도 지역의 중심지로, 탁 트인 호수와 울창한 산세가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광을 자랑합니다. 특히 댐 주변을 따라 이어지는 벚꽃길은 매년 많은 여행객들을 불러모으는데, 충주댐의 거대한 물줄기와 터널처럼 늘어선 겹벚꽃나무가 어우러져 특별한 봄 감성을 선사하죠.
댐 상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차를 타고 슬쩍 둘러보기만 해도 좋지만, 가능하다면 직접 걸어서 벚꽃 터널을 거니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 문화관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여유롭게 산책로를 걷다 보면, 중간중간 작게 마련된 전망 포인트에서 충주댐의 웅장한 전경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벚꽃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시기에는 인근 카페에서 간단한 디저트를 맛보며 탁 트인 뷰를 즐기는 것도 또 하나의 묘미입니다. 봄바람이 뺨을 스치고, 눈앞에 펼쳐진 물길 따라 벚꽃잎이 춤추듯 흩날리는 순간은 절로 기분을 들뜨게 만들죠.
여행을 좀 더 알차게 즐기고 싶다면, 충주 시내로 이동해 중앙탑공원이나 탄금대 등을 방문해 보세요. 고려 시대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중앙탑공원에서는 세월의 깊이를 느낄 수 있고,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한 탄금대에서는 충주의 또 다른 자연 풍광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광양
남쪽 지방은 봄소식이 비교적 일찍 도달해, 광양 일대에는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드는 매화 절정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섬진강을 따라 펼쳐진 매화마을은 매년 이른 봄이면 탐스럽게 핀 매화꽃들로 뒤덮여 마치 하얀 눈이 내려앉은 듯한 장관을 이룹니다.
섬진강 매화마을은 강과 지리산 자락이 어우러진 독특한 자연경관 덕분에 사진 애호가들에게도 인기 만점입니다. 강물에 비친 하얀 매화숲이 연출하는 반영 사진은 봄철 대표 인생샷으로 손꼽히죠. 마을 안쪽에 작은 전망대나 오솔길이 많아, 천천히 걸어 다니며 봄내음 가득한 꽃들을 감상하기 좋습니다.
광양에 왔다면 매실로 만든 지역 특산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매실청, 매실장아찌 등 신선한 재료를 이용한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합니다. 축제 기간에는 방문객이 크게 몰리는 편이라 주차 및 교통 혼잡이 예상될 수 있으니 일찍 도착해 여유롭게 돌아보길 권합니다.
인근에는 구례나 하동 등 명소가 즐비하니, 차량을 이용해 섬진강 주변을 일주해 보는 것도 좋은 코스입니다. 섬진강 드라이브를 만끽하며 마을 마다 펼쳐지는 봄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해보세요.
여수
여수를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인 오동도는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뿜어내지만, 봄이면 특히 붉은 동백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섬으로 변신합니다. 섬 입구까지 이어지는 방파제를 따라 걸으며 느끼는 해풍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주고, 동백열차를 이용하면 보다 편하게 섬 안쪽까지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섬 안으로 들어서면, 곳곳에 동백 터널처럼 빽빽하게 피어난 동백나무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만개한 동백꽃에 둘러싸인 산책로를 걸어보면, 알 수 없는 설렘이 스르르 피어오르곤 하죠. 섬 끝자락의 갯바위 전망대에서는 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붉은 꽃잎이 어우러져 근사한 포토 스폿을 만들어냅니다.
여수에 왔다면, 오동도 외에도 이순신광장, 낭만포차 거리 등 대표 스폿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녁 무렵이면 물 위에 아른거리는 가로등 불빛이 한층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해주죠. 싱싱한 해산물과 함께하는 여수밤바다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
경주
경주는 신라 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봄철 벚꽃이 역사의 흔적과 어우러지며 황홀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대릉원, 첨성대, 황리단길로 이어지는 핵심 도심 코스는 경주의 대표적인 봄 산책 루트이자 사진 명소로 손꼽힙니다.
왕릉이 자리한 대릉원에서 고즈넉한 기운을 느껴보고, 첨성대를 향해 걷다 보면 길가에 피어난 벚꽃과 야생화들이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날씨가 화창한 봄날에는 자전거를 대여해 돌아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경주 시내 곳곳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공영 자전거 ‘타실라’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황리단길은 젊은 감성이 물씬 풍기는 카페와 식당, 상점이 밀집한 지역으로, 한옥 건물을 개조한 특유의 분위기가 매력적입니다. 달콤한 디저트와 시원한 음료를 즐기며 아름다운 한옥 골목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건지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늦은 저녁에는 동궁과 월지를 방문해 밤하늘을 배경으로 은은히 빛나는 고대 궁궐 터의 낭만적인 야경을 놓치지 마세요.
울산
울산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는 태화강은 울산의 생명줄로 불릴 만큼 역사와 자연이 깃든 강입니다. 이곳 태화강 국가정원 일대는 다양한 수목과 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봄이 되면 한층 싱그러운 분위기로 새 단장을 마칩니다.
정원 산책로는 잘 정비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고, 해파랑길 등 길이가 긴 트레일 코스가 마련되어 있어 트레킹 마니아들에게도 인기입니다. 십리대숲 구간은 빽빽한 대나무숲 사이를 걸으며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어, 봄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
만약 도심 속 볼거리가 궁금하다면, 중구 원도심으로 자리를 옮겨 보세요.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소극장, 공방,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카페 등이 골목마다 자리해 있어, 의외의 재미와 현대적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울산 지역 특산물인 언양불고기, 고래고기 등 독특한 미식을 경험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겠죠.
봄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잠깐의 주저함으로 인해 반짝이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푸릇푸릇한 새싹과 꽃망울 가득한 여정은 지금 떠날 준비만 되어 있다면 누구에게나 가능하니까요. 오랜만에 찾아온 따뜻한 봄날, 우리나라 곳곳이 전하는 꽃 소식과 풍부한 역사, 멋진 풍광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사진 출처 =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