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사이 작은 다리가 섬을 잇는다. 전라남도 신안군의 기점·소악도는 12개의 무인도와 유인도가 순례길로 연결된 ‘느린 섬 여행지’다. 관광객보다 지역 주민이 더 많은 이곳은 도시의 피로를 씻는 완만한 걷기 코스로 최근 SNS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라남도 신안군 압해도 남쪽, 지도읍 선도리 일대에 자리한 기점·소악도는 ‘천사대교’를 거쳐 차량으로 접근 가능하다. 기점도에서 출발해 병풍도, 진섬도, 황금도, 딸기섬, 소악도까지 12개 섬을 잇는 트레일은 총 12km,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대부분의 구간은 완만한 경사와 평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동안 차 한 대 없이 조용한 풍경이 이어진다.
가장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구간은 ‘기점도 순례자의 교회’부터 ‘소악도 느린 섬 전망대’까지다. 국내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이 교회는 파도 소리와 하얀 골조가 어우러지며 사진 명소로도 인기다.
소악도 정상에는 해넘이 명소인 ‘소악도 전망대’가 있다. 붉게 물드는 바다와 드문드문 놓인 섬들의 실루엣이 감탄을 자아낸다.
걷는 길 중간중간 놓인 목교와 콘크리트 연결로는 간조 때 드러나는 갯벌과 어우러져 생태체험의 재미도 더한다. 특히 병풍도와 황금도를 잇는 ‘달의 다리’ 구간은 양쪽으로 펼쳐진 조수간만의 차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대부분의 섬은 사람이 살지 않거나 고령의 주민이 소수 거주해 조용한 휴식을 원할 때 적격이다.
숙박은 기점도·소악도 마을에서 민박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일부 있으며, 대부분의 방문객은 목포나 암태도 등 인근 대도시에서 당일 코스로 다녀간다. 다만 일몰 직후 하산하거나, 트레일 전 구간을 여유 있게 걷고 싶다면 소악도 또는 인근 섬에서 1박을 고려하는 것도 좋다.
기점·소악도 트레일은 별도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차량은 소악도 입구 공영주차장을 활용하면 된다. 섬 내에는 매점이나 편의시설이 없으므로 생수와 간단한 간식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또한 날씨에 따라 일부 구간이 통제될 수 있으니, 사전에 기상 정보와 밀물·썰물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전남 신안은 1,000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대표 군도 지역으로, 최근 몇 년 사이 ‘퍼플섬’, ‘1004 뮤지엄 파크’ 등 색채 테마로도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점·소악도는 걷는 여행의 매력과 자연 그대로의 바다 풍경을 모두 품은 ‘조용한 섬 여행’ 코스로 추천된다.
다른 여행지에서 보기 어려운 ‘섬과 섬 사이를 걷는 경험’은 이곳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순간이다. 이 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기점·소악도의 느린 발걸음에 몸을 맡겨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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