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꽃샘추위가 물러나면 거제도부터 가장 먼저 따뜻한 봄 소식을 전한다. 노란 수선화가 언덕을 뒤덮고, 푸른 대나무 숲에선 산뜻한 바람이 불어오며, 양떼가 한가로이 노니는 공원엔 봄볕이 한껏 내려앉는다. 4월에 떠나면 더욱 좋을, 거제 봄꽃 여행지 다섯 곳을 미리 만나보자.
공곶이

거제 남동쪽 예구마을 뒤편에 있는 공곶이는 봄이 오면 언덕 전체가 수선화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돌을 골라내고, 가파른 경사에 계단을 조성해 수십 년간 가꾼 수선화밭 덕분에,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다.
공곶이를 찾아가는 길은 두 가지 코스로 나뉜다. 하나는 울창한 동백숲을 지나가는 경로로, 비교적 힘들지만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이 보상처럼 펼쳐진다. 다른 하나는 해안가를 따라 걷는 탐방로로, 파도 소리와 숲 터널이 어우러져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언덕을 오르내리는 수고 뒤에 마주할 수선화 군락은 눈부실 만큼 아름답다. 동백꽃과 바다, 수선화가 삼중주를 이루는 풍경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봄기운을 만끽하기 좋다.
노란버덩
바람의 언덕 인근에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온 바람의핫도그가 만든 공간이 노란버덩이다. 아담한 언덕 위를 노란색으로 가득 채워, 바다 풍경과 어우러지는 독특한 포토존을 완성했다.
이곳에는 입장료나 울타리가 없어 누구나 쉬어갈 수 있다. 핫도그에 듬뿍 올린 토핑과 함께,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노란 버덩에 앉으면 남쪽 바다의 따뜻한 봄바람이 기분 좋게 어깨를 스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간단한 피크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숲소리공원
계룡산 남쪽 자락에 위치한 숲소리공원은 양떼목장으로도 알려져 있는 숲 테마공원이다. 동물 체험장과 곤충·표고버섯 체험장 등 다양한 체험 시설이 모여 있어, 단순한 산책을 넘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공원을 오르다 보면 흙길과 무장애길이 번갈아 나타나는데, 가파른 구간이 부담스럽다면 모노레일을 타는 방법도 있다. 약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공원 상부까지 수월하게 이동 가능하다. 탁 트인 잔디광장과 방목장에서 노니는 양떼들을 바라보면, 한껏 여유로운 봄나들이가 완성된다.
거제맹종죽테마파크
거제도는 국내 맹종죽의 80%가 자랄 정도로 대나무가 풍부하다. 그중에서도 굵은 대로 유명한 맹종죽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거제맹종죽테마파크다. 울창한 대나무숲 산책부터 대나무 활용 체험, 그리고 맛있는 음식까지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다.
특히 ‘모험의 숲’에선 나무와 나무 사이에 네트와 밧줄을 설치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짜릿한 액티비티를 체험하게 해준다.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네트 코스를 통과하거나 집라인을 타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대나무숲의 싱그러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칠천도 앞바다의 탁 트인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감탄이 절로 나온다.
카페 유자밭
사등면 청곡리 포구 한편에는 노란색 지붕이 눈길을 사로잡는 작은 카페가 있다. 이곳은 가족이 함께 가꾸어온 유자밭과 옛집을 카페로 꾸민 카페 유자밭이다. 직접 재배한 유자로 음료와 디저트를 만들어, 남다른 향긋함을 제공한다.
가구를 노랗게 칠한 실내 인테리어부터 앞마당 평상, 뒷마당 유자밭까지 구석구석 정겨운 분위기를 풍긴다. 음료나 디저트를 주문하면 유자밭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 소소한 봄날 추억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거제의 봄은 다양한 색으로 펼쳐진다. 수선화로 물든 언덕, 노란색 포인트가 독특한 명소, 초록빛 대나무숲, 아기 양이 뛰노는 목장, 그리고 유자 향이 은은한 카페까지.
늦겨울 추위가 물러난 자리에 살포시 내려앉은 포근한 봄 기운을 거제도에서 먼저 만나보자. 노란 수선화를 시작으로, 어느새 다가온 따뜻한 계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