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남해 위로 펼쳐진 세 개의 섬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거문도는 오래된 신비와 아름다운 자연이 공존하는 명소입니다. 예로부터 학문이 발달해 문장과 글재주가 뛰어난 인물을 여럿 배출한 역사로도 유명하며, 인어가 바다를 지켜줬다는 전설까지 전해지는 독특한 분위기의 섬이기도 합니다.
거문도

전라남도 여수시 삼산면에 위치한 거문도는 고도, 동도, 서도 세 섬을 아우르며 한때 ‘삼도’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과거 해상 교역의 중심지로 번성했을 뿐 아니라, 풍부한 어장을 기반으로 예로부터 사람이 밀집해 살아온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동도와 서도를 이어주는 거문대교가 생기면서 섬 사이를 오가기가 한결 편리해졌고, 솔순이 빠진굴이나 멍실여 같은 기이한 지형들이 곳곳에 있어 섬 자체가 한 편의 이야기책과도 같습니다.
섬의 또 다른 매력은 동도에 가득 피어나는 동백꽃입니다. 겨울철에 붉게 물든 동백나무들을 따라 걷는 길은 낭만적인 섬 여행의 정취를 한층 더 살려주며, 봄이 되면 신록의 숲길로 바뀌어 사계절 내내 다른 풍경을 선사합니다. 또한 서도에 자리한 수월산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바다와 섬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거문도의 다채로운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거문도 등대
1905년에 처음 불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거문도 등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해발 약 120m 높이에 자리해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며, 하얀 등대와 주변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여행자들에게 인상적인 장관을 선사합니다. 동백나무가 가득한 숲길을 따라 등대로 올라가는 길은 사계절 내내 아늑한 정취를 풍겨, 사진 명소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거문도 인어 해양공원
거문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명소는 ‘신지께’ 설화를 모티브로 한 거문도 인어 해양공원입니다. 폭풍우가 칠 때마다 인어가 나타나 어부들을 보호했다는 오래된 이야기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서도마을 높은 언덕에는 청동 인어상이 세워졌습니다. 돌고래와 물고기 조각이 인어를 받치고 있는 모습이 환상적이며, 인근 1.5km 산책로에서는 남해의 푸른 파도를 내려다보며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거문도 바다는 물이 맑아, 수면 아래로 헤엄치는 고기 떼가 눈에 띄게 보일 정도로 투명합니다. 그렇기에 갯바위 낚시를 즐기려는 낚시꾼들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들며, 성어기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어선으로 밤에도 활기가 넘칩니다. 또 서도의 수월산 아래에 자리한 남근형 바위 ‘문필암’과, 청나라 제독이 큰 감탄을 보내며 붙였다는 이름 ‘거문도’에 얽힌 이야기 역시 이곳의 오랜 역사를 한층 신비롭게 느끼게 만듭니다.
거문도에서는 신선한 해산물을 손쉽게 맛볼 수 있는데, 특히 봄철에 잡히는 삼치나 돌돔 요리가 인기라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새벽에 수확한 생선을 바로 조리해 내놓는 식당들이 있어, 바다의 풍미를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섬 안쪽 식당가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또한 해안가 주변으로 조성된 산책로가 많아, 쉬엄쉬엄 걸으며 섬 속 풍광과 역사적인 흔적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거문도는 여수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쾌속선을 통해 접근할 수 있으며, 약 2시간 10분의 여정으로 서도선착장에 도착하게 됩니다. 선착장에서 서도초등학교 부근으로 이동해 산책로를 따라가면 인어상이 있는 해양공원까지 어렵지 않게 도보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인어 전설과 동백숲, 그리고 해상 교역의 흔적이 공존하는 거문도에서 한껏 여유를 누려보세요. 다른 어느 곳과도 다른 낭만적인 풍경이 당신을 맞이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