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지금이 절정”… 전국에서 꼭 가봐야 할 5월 꽃길 4선

벚꽃이 지고 난 뒤에도 봄은 끝나지 않았다. 이팝나무의 계절이 바로 지금, 5월이다. ‘입하에 핀다’는 뜻에서 유래한 이팝나무는 순백의 꽃을 머금고 나뭇가지를 뒤덮는다. 눈처럼 하얗고 풍성한 꽃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며, 벚꽃보다 덜 알려졌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깊이 있는 봄 풍경을 전한다. 지금 떠나면 좋은 전국 이팝나무 명소 네 곳을 소개한다.
경주 오릉
천년고도 경주, 그 역사적인 무게를 간직한 오릉(五陵)은 신라 초대 왕 박혁거세부터 제5대 파사 이사금까지 다섯 왕릉이 모인 장소다. 고즈넉한 능 주변으로는 하얀 담장과 함께 거대한 이팝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팝나무는 오릉 입구에서부터 안쪽까지 이어지며, 5월 초가 되면 하얀 꽃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사진 애호가들에게 인기 있는 포인트는 능 뒤쪽의 담장과 어우러진 이팝나무 배경이다. 진입로와 능 사이를 걷다 보면, 역사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봄의 깊이를 만끽할 수 있다.
밀양 위양지
경남 밀양의 위양지는 ‘백성을 위하는 못’이라는 이름처럼 조선시대 선비들의 정서가 깃든 풍경이다. 위양지 중앙에는 완재정이라는 팔각 정자가 자리하고 있으며, 이팝나무가 주변을 감싼다.
꽃이 피는 5월 초면, 정자 주변은 순백의 꽃들로 둘러싸인다. 정자와 이팝나무가 물에 비치는 장면은 한 폭의 수묵화 같으며,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완재정 쪽문’은 사진 명소로 유명해,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전 들의공원
정부대전청사 인근의 들의공원은 도심 속 봄나들이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5월이면 이팝나무들이 원형 산책로를 따라 늘어서, 마치 하얀 터널처럼 길게 이어진다.
중앙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양쪽에서 펼쳐지는 이팝나무 행렬은, 멀리서도 눈에 띄는 압도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산책로가 넓고 평탄해 가족 단위 방문이나 반려동물과의 산책에도 제격이다. 인근에서 점심 도시락을 챙겨와 여유로운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좋다.
전주 팔복동 철길
전주는 오래된 공업지대의 분위기를 문화예술로 재탄생시킨 도시다. 그중 팔복동 철길은 봄이면 철길 양옆으로 이팝나무가 만개해 색다른 감성을 자아낸다.
철길은 실제 화물열차가 다니는 구간이지만, 이팝나무 개화 시기인 4월 말~5월 초에는 일부 구간이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특히 개방 기간 중에는 기차가 없는 시간대에 맞춰 안전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철길 외곽이나 개울가를 따라도 이팝나무가 길게 이어져 있어, 개방 시간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하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전주의 또 다른 매력인 팔복예술공장과 함께 코스로 엮는 것도 추천된다.
벚꽃이 물러난 자리, 이팝나무는 보다 조용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봄을 채운다. 하얀 터널 속을 걷는 순간, 봄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감동을 마주할 수 있다. 이번 5월, 이팝나무가 만든 계절의 설렘을 따라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