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덕진공원이 여름이면 연꽃으로 물든다. 총 4만5천 평 규모의 호수에 연꽃이 만개하는 7~8월, 이곳은 전주의 역사와 감성이 어우러진 여름 한정 산책 명소로 변신한다.

전북 전주시 팔달로변에 위치한 ‘덕진공원’은 고려시대 자연호수를 기반으로 조성된 전주의 대표 시민공원이다. 1978년 정식 개장 이후 40년 넘게 사랑받아온 이곳은 단순한 녹지 공간을 넘어, 도시의 정서와 기억을 품은 장소로 자리해 왔다.
특히 여름, 연꽃이 만개하는 계절이 되면 덕진공원은 전주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공원 남쪽 3분의 2를 차지하는 대형 연못에는 수면 위에 붉은빛과 흰빛, 분홍빛의 연꽃이 장관을 이루며 핀다.
이 연꽃 정원을 관통하는 다리가 바로 ‘연화교’다. 이 다리는 전통 석교 양식으로 2020년 새롭게 단장되었으며, 연꽃 사이를 걷는 듯한 특별한 체험을 선사한다. 특히 연화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물 위에 꽃이 핀 듯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전주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힌다.
연화교 주변에는 연화정 도서관과 취향정, 벤치 쉼터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고요한 물결 위에 핀 꽃, 그 곁을 걷는 사람, 그 풍경을 바라보는 정자의 조화는 감성을 자극하며 수많은 방문객의 SNS 인증샷 배경이 된다.
전주 덕진공원의 연꽃은 보통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정확한 만개 시기를 맞추고 싶다면 방문 전 SNS 실시간 후기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흐린 날에도 선명한 연꽃 풍경은 자연의 생명력을 오롯이 보여준다.
공원 중앙을 가로지르는 아치형 현수교는 북쪽 보트장과 연결되며, 넓은 호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 역할도 한다. 조용한 산책과 함께 보트 체험이나 사진 촬영을 함께 즐기기에도 적합한 구조다.
덕진공원은 단지 꽃이 예쁜 공원이 아니다. 후백제의 수도였던 전주의 역사적 맥락 위에 형성된 장소로, 세대와 계절을 관통하는 도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의 기억과 시간이 녹아 있는 이곳은 감성적인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연화교를 건너고, 연화정 앞 벤치에 앉아, 취향정을 배경으로 천천히 걷다 보면 그 하루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정서의 풍경’으로 바뀐다.
이번 여름, 복잡한 여행지 대신 고요하고 깊은 여운을 주는 자연을 찾고 있다면 전주 덕진공원의 연꽃길은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꽃잎처럼 피어나는 기억을 만들기에 이보다 완벽한 계절과 장소는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