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부터 대적광전까지”… 4월 제주 서귀포, 봄을 만나는 3色 여행

4월, 봄바람이 제주 남쪽을 물들인다. 서귀포는 이 계절을 가장 생생하게 담고 있는 여행지다. 바다 너머 푸른 물결처럼 출렁이는 가파도의 청보리, 꽃으로 뒤덮인 여미지식물원, 웅장함 속 고요한 사색을 안겨주는 약천사까지. 짧은 하루에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3곳의 여행지를 중심으로, 제주 서귀포의 봄을 만끽하는 여정을 소개한다.
가파도 청보리축제
서귀포시 대정읍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단 10분. 바다 건너 펼쳐지는 초록 들판은 가파도의 청보리밭이다. 매년 4월이면 약 18만 평 규모의 밭이 제주 향토 품종 청보리로 가득 메워진다. 다른 지역보다 더 높고 진한 녹빛을 자랑해, 바람이 불면 초록 파도가 일렁이는 장관이 펼쳐진다.
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풍력발전기. 그 아래 고요한 청보리밭 사이를 걷거나 자전거를 빌려 돌아보면 섬의 조용한 속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가파리 마을회에서는 1인용 자전거는 하루 5,000원, 2인용은 10,000원에 대여해 준다. 섬 내부엔 자동차 진입이 제한되므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여행이 기본이다.
청보리축제 기간에는 운진항에서 가파도까지 배편이 매시 30분 간격으로 증편된다. 성인 왕복 요금은 14,500원이며, 해상공원 입장료는 별도로 1,000원이 부과된다. (운항 시간과 요금은 현지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여미지식물원
가파도의 초록이 시각을 사로잡았다면, 여미지식물원은 감각을 풍요롭게 채워준다. 서귀포 중문단지 내 위치한 이 식물원은 약 34,000평 규모로, 2,30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온실과 야외로 나뉜 공간은 각각의 테마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사계절 내내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옥외 정원에 위치한 ‘한국정원’은 창덕궁 후원을 모델로 조성돼 한국의 정취를 전한다. 연못과 정자, 석탑이 어우러져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실내 온실에는 희귀 고사리 전시가 마련돼 있어, 용비늘 고사리나 십자고사리처럼 생소한 식물도 만날 수 있다.
정원 곳곳에는 조각 예술 작품이 설치돼 있어 식물원 이상의 미술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입장 요금은 성인 기준 12,000원이며, 청소년은 8,000원, 어린이는 7,000원이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약천사
세 번째 목적지는 서귀포의 대표 사찰 약천사다. 이어도로에 위치한 이 절은 동양 최대 규모의 법당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상 5층, 지하 1층의 ‘대적광전’은 약 29m 높이로, 제주에서 보기 드문 스케일을 자랑한다.
‘약천사’라는 이름은 절 안에 있는 약수에서 유래했다. 실제로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참배객과 관광객 모두에게 쉼을 제공한다. 사찰 앞 야자수와 돌하르방은 제주다운 풍경을 더하며, 절 뒤편으로는 탁 트인 바다 풍경이 펼쳐져 한층 시원한 느낌을 준다.
약천사는 입장료 없이 누구나 방문 가능하며, 자체 주차장을 운영해 접근성도 좋다. 봄철 녹음 속을 산책하듯 둘러볼 수 있는 경내는 여행에 지친 마음을 다독이는 데 제격이다.
제주 서귀포의 봄은 다채롭다. 자연의 색을 오롯이 간직한 가파도,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여미지식물원, 사색이 깃든 약천사까지. 각각의 장소가 전혀 다른 매력을 지녔지만, 하나로 이어질 때 완성도 높은 하루 여행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