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메밀꽃밭이 5월 중순을 지나며 절정으로 향하고 있다. 순백의 메밀꽃과 초여름 햇살, 제주의 바람이 어우러지는 이 시기는 사진으로 담기 어려운 감동의 현장이다. 입장료 4천 원으로 만나는 이 꽃길은, 부모님과 걷기 좋은 5월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바람이 머무는 섬, 제주. 그 안에서도 바람이 만든 꽃의 풍경이 특별히 빛나는 시기가 있다. 5월 중순부터 말까지, 제주시 오라동 일대에서는 ‘오라메밀꽃밭’이 온통 하얀 물결로 뒤덮인다. 드넓은 평야 위로 피어나는 순백의 메밀꽃은 제주만의 하늘, 바람, 빛과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오라메밀꽃밭은 5월과 9월, 단 두 차례만 개화하는 계절성 꽃밭이다. 특히 5월은 초여름의 따사로운 기온과 함께 메밀꽃이 가장 싱그럽게 피어나는 시기로, 여행객들에게는 절정의 장면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최근 개화율은 80%를 넘어서며, 이번 주말이 최적의 방문 시점으로 꼽힌다.
전체 꽃밭은 제주시 오라2동 1765번지 인근에 조성돼 있으며, 메밀꽃 특유의 낮은 키와 넓게 퍼진 밀도 덕분에 시야를 가득 채우는 하얀 물결을 느낄 수 있다. 이른 아침에는 이슬 머금은 꽃잎과 함께 은은한 빛이 퍼지며, 낮에는 선명한 하늘과 대비되는 순백의 꽃길이 인상적이다. 저녁 무렵에는 노을빛이 꽃밭을 핑크빛으로 물들여, 시간대별로 전혀 다른 장면을 연출한다.
이곳은 사진 명소로도 인기다. SNS에서는 ‘제주 메밀꽃밭’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문 인증샷이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인스타그래머블한 감성을 담은 배경으로 각광받고 있다. 포토존은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지만, 자연 그대로의 구성만으로도 충분한 장면이 연출된다.
입장료는 일반 4,000원, 제주도민 3,000원, 어린이(초등학생 이하) 2,000원으로,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이다. 야외 개방형 공간이지만 정식 유료 입장제로 운영되며, 꽃밭 보호를 위한 출입 동선이 제한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반려동물 동반 시에도 목줄 착용 및 배변봉투 지참이 권장된다.
자차로 방문 시에도 편리한 위치다. 내비게이션에는 ‘오라동 메밀꽃밭’ 혹은 ‘오라메밀꽃밭’을 입력하면 정확한 위치로 안내되며, 인근에는 간이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주말에는 이른 시간대에 도착해야 대기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메밀꽃만 보고 돌아가기엔 아쉽다면, 인근 명소와 연계한 소규모 코스를 계획해보는 것도 좋다.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도두봉 산책로는 바다 풍경과 함께 걷기 좋은 코스로, 어르신 동반 가족에게도 적합하다. 용연계곡 역시 가까운 거리로, 초록이 짙어지는 5월의 숲속에서 짧은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오라메밀꽃밭은 단순한 계절 명소를 넘어선다. 누구와 함께 걷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기억으로 남는 시간의 장소다. 부모님과 함께라면 한적한 꽃길 산책이, 연인과 함께라면 잊지 못할 사진이, 혼자 떠났다면 조용한 치유의 시간이 된다.
5월이 지나면, 다시 9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순백의 메밀꽃은 늘 그 자리에 피지만, 그 순간은 늘 다르다. 봄과 여름 사이, 바람과 꽃 사이, 지금 이 계절의 제주를 오라메밀꽃밭에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