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들판 너머 붉게 물드는 노을, 고요한 성당 앞에 황금빛이 스며든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나바위성당은 천주교 성지이자 이색 일몰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 한옥과 서양식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일몰 무렵 더욱 아름다워진다.

익산은 곰개나루터, 미륵산, 배산 연주정 등 다채로운 일몰 명소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나바위성당은 성지순례와 관광이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로 조용한 일몰을 즐기기에 적합한 장소다.
나바위성당은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한국인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귀국 후 첫발을 내딛은 장소이자, 이를 기념해 세워진 성당이다. ‘나바위’는 ‘넓은 바위’라는 뜻을 지닌 지명으로, 강가에 펼쳐진 너른 암반지형에서 유래했다.
김대건 신부의 묘가 있는 안성 미리내성지는 잘 알려진 순례지지만, 나바위성당은 그의 시작을 기념하는 장소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고요한 분위기와 함께, 성당을 둘러보며 역사적 의미도 되새겨볼 수 있다.
나바위성당의 일몰은 해가 지기 30분 전, 오후 7시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여름철에는 일몰 시각이 늦어져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성당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장애인 전용 구역과 유모차·휠체어 보관소 등 교통약자 배려 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성당 진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 가장 먼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상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는 성녀 카타리나 라부레 수녀에게 발현된 모습으로, 김대건 신부가 라파엘호 침몰 위기 시 기도하며 의지했던 상본의 형태와 유사하다.
나바위성당 성지는 본당 외에도 치유의 경당, 김대건 신부 순교기념탑, 망금정, 십자가의 길, 착지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례 코스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전국 각지의 신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성당 건물은 서양식 벽돌조 양식과 전통 한옥이 공존하는 독특한 외관을 지녔다. 근대 건축양식을 기반으로 조성된 이 건물은 전통과 이국적인 느낌을 함께 담고 있어 일반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일몰이 가까워질수록 붉은 햇살이 성당 외벽에 비치면서 건축미가 더욱 돋보인다. 조용한 성지 분위기와 어우러져,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본당 건물 맞은편에는 1956년 지어진 치유의 경당이 있다. 과거에는 진료소로 활용됐으며, 간단한 수술까지 가능할 정도로 의료시설이 갖춰졌던 공간이다. 현재는 방문객들에게 영적 위안을 제공하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다.
당일 저녁 미사가 진행돼 본당 내부는 출입이 제한되었지만, 성당 전경을 감상하기 위해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망금정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망금정 입구에는 성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세워져 있다. 이 성상은 2007년 박 미카엘·유 안나마리아 부부의 봉헌으로 건립되었으며, 성인의 덕과 순교정신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이다.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언덕 정상에는 망금정과 순교 기념탑이 자리한다. 이 탑은 김대건 신부의 나바위 상륙 110주년을 기념해 1955년에 세워졌으며, 신부가 타고 온 배 라파엘호를 같은 크기로 재현해 제작됐다.
망금정은 ‘아름다움을 바란다’는 뜻을 지닌 정자로, 탁 트인 평야와 금강 황산대교까지 시야가 확장되는 일몰 명소다. 비닐하우스가 점점이 박힌 들판 풍경이 붉게 물들면서, 고요하면서도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나바위성당은 종교적 의미와 문화유산적 가치를 모두 지닌 곳이다. 특히 일몰 시각이 되면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익산의 다양한 일몰 명소 중,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건축미까지 감상하고 싶다면 나바위성당을 찾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