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함이 선사하는 진짜 쉼, 이천 가볼 만한 곳 4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멀리 떠날 엄두가 나지 않을 때,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이천이 눈길을 끈다. 도자기의 도시로 잘 알려진 이천은 전통과 자연, 예술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자랑하며,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봄이면 연둣빛 잎이 도심 구석구석을 물들이고, 파스텔톤 꽃들이 하나둘 피어나 따뜻한 기운을 전한다. 굳이 장거리 이동 없이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힐링 명소가 모여 있어, 가벼운 차량 이동이나 대중교통을 통한 당일치기 여행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이천 세라피아
이천을 대표하는 도자예술의 현대적 해석이 궁금하다면 이천 세라피아가 제격이다. 이곳은 도자기 조형물을 실내외 전시 공간으로 꾸며, 산책만 해도 작품을 감상하고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특히 야외 공원은 봄마다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바뀌며, 도자기 조형물들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시관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체험 시설도 마련되어 있어, 도예 만들기나 간단한 공예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복잡하지 않은 동선 덕분에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작품을 구경하기 좋고, 날씨 변화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대표 전시관인 ‘토야지움’에서는 전통 도자기부터 현대 아트 작품까지 아우르며, 때론 이벤트성 전시가 열려 뜻밖의 볼거리를 만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세라피아는 도심 속 휴식 같은 공간이다. 조용하고 평온한 분위기 덕분에 혼자서도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어,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한 걸음씩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테르메덴
이천 테르메덴은 독일식 온천 리조트 콘셉트를 도입해, 사계절 내내 쾌적한 스파와 다양한 휴식 시설을 제공한다. 실내 스파와 찜질방은 물론 야외 노천탕과 족욕탕까지 갖춰, 하루쯤 몸과 마음 모두를 풀어주고 싶을 때 찾기 좋은 곳이다.
이곳에 오면 먼저 따뜻한 노천탕에 몸을 담근 뒤, 찜질방에서 땀을 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루트를 추천한다. 안개 낀 새벽이나 해가 질 무렵 노천탕에 앉아 있으면, 몸과 마음이 한층 더 편안해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온천 주변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가볍게 옷을 갈아입고 바깥 공기를 쐬며 힐링을 즐기는 것도 또 다른 묘미다. 가족이나 연인, 혹은 혼자 방문하더라도 구조가 잘 되어 있어 붐비지 않고 편안하게 쉴 수 있다.
반나절 코스로는 이천 세라피아를 둘러보고, 오후나 저녁 시간을 테르메덴에 할애해 피로를 풀어주는 일정을 추천한다. 예술과 자연, 그리고 온천을 아우르는 조합은 이천에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휴식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이천 산수유마을 & 복숭아밭
봄 풍경 하면 역시 화사한 꽃길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천에서는 산수유와 복숭아꽃이 각각 다른 매력으로 여행객을 반긴다. 우선 산수유마을로 알려진 백사면 일대는 3월에서 4월경 노란 산수유꽃이 만개해 황금빛 물결 같은 장관을 이룬다.
봄 햇살을 받으면 꽃잎이 더욱 선명하게 빛나는데, 이 작은 마을의 산책길은 마치 시골길을 거니는 듯 평온한 정취가 감돈다. 사람도 많지 않아 카메라를 들고 풍경을 찍기에도 좋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이천의 복숭아밭 역시 봄이 되면 분홍빛 물결로 옷을 갈아입는다. 만개 시기가 되면 밭 주변에 활짝 피어난 복숭아꽃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도록 길이 개방되는데, 군락지 전체가 붉고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
특히 산수유꽃이 지고 난 후, 복숭아꽃이 이어서 피어나는 식이라 짧은 봄 시즌 내내 다양한 꽃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며 이천 곳곳의 꽃길에 들르는 것도 좋으며, 한적한 시골 마을의 편안함을 함께 즐길 수 있어 더욱 알찬 여행이 될 것이다.
설봉공원과 설봉산 둘레길
이천 시내 가까이에 자리한 설봉공원은 도심에서 잠깐 벗어나 쉬기에 훌륭한 자연 휴식처다. 호수를 중심으로 조성된 이 공원은 벚꽃을 비롯한 여러 봄꽃이 어우러져, 차분한 산책 코스를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호수를 끼고 걷다 보면 설봉산 둘레길로 이어지는데, 경사도가 심하지 않아 가볍게 걷기 좋고 숲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봄철에는 벚꽃이 터널처럼 우거져 부드러운 핑크빛 산책길을 완성하며,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순간은 낭만 그 자체다.
공원 중앙에는 넓은 잔디광장이 있어, 날씨가 좋은 날이면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가 모여 돗자리를 펴고 쉬어 가기도 한다. 근처에는 간단한 간식이나 음료를 파는 매점이 있어,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호수를 천천히 도는 여유도 누릴 수 있다.
공원 한편엔 소규모 미술관이나 야외무대가 있어, 때론 문화 행사나 전시가 열리기도 한다. 굳이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벤치에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기만 해도 힐링이 절로 찾아온다.
이천은 종종 ‘도자기와 쌀의 고장’이라 불리는 만큼, 근처 전통 도예점이나 식당에서 이천쌀로 지은 밥을 맛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설봉공원을 들른 뒤 도심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통 쌀밥정식을 맛보면, 이천 여행의 마무리가 더욱 풍성해진다.
어느새 해가 기울어가도 전혀 아쉽지 않을 만큼, 이천은 하루를 충분히 꽉 채워줄 매력적인 여행지다. 복잡한 일상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조용히 자연과 예술, 온천의 휴식을 누리기 원한다면, 이천만큼 만족스러운 선택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