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남동쪽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행남해안산책로는 절벽과 바다, 숲과 마을을 품은 자연 그대로의 힐링 코스다. 입장료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 산책로는 울릉도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도동길 34에 위치한 행남해안산책로는 도동항에서 시작해 행남마을과 행남등대를 잇는 약 1.6km 거리의 트레킹 코스다. 바다와 맞닿은 해안 절벽을 따라 설치된 교량 위를 걷는 동안 파도 소리와 해송 그림자가 동행한다.
이 산책로의 백미는 해식 절벽과 암반, 자연 동굴 등 울릉도 특유의 지형을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걷는 내내 바위 틈 사이로 솟아난 풀잎과 바다로 부서지는 파도가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걷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산책로 중간에는 이름의 유래가 담긴 행남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과거 큰 살구나무가 있었던 마을이라는 뜻에서 ‘살구 남(杏南)’이라 불렸다. 지금도 조용하고 소박한 분위기를 간직한 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마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마을을 지나 약 400m를 더 걸으면, 해송 사이로 하얀 행남등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뱃길을 비추는 이 등대는 여행자에게는 여정의 끝에서 만나는 감동의 상징이 된다. 특히 해질 무렵 이곳에 도착하면, 붉은 석양과 어우러진 저동항의 전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가을에는 산책로 주변으로 털머위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길가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이 또 다른 즐거움을 더한다.
행남해안산책로의 장점은 이처럼 탁월한 자연 경관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입장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등산 장비 없이도 부담 없이 걷기 좋은 길로, 여행자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리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
경사가 심하지 않고 코스도 단순해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으며, 특히 일출 시간대나 일몰 직전의 풍경은 사진 애호가들에게도 인기다.
울릉도의 대표적인 트레킹 명소이자 자연 속 쉼표 같은 이 산책로는,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바다와 나란히 걷는 그 시간, 어느새 마음도 고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