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밤이 다시 조용해졌다. 어린이날 황금연휴가 지나고 관광객이 줄어든 이 시기, 경주 월정교는 가장 평화로운 야경 감상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붉게 물든 조명과 고즈넉한 전통 건축이 어우러지는 월정교는, 붐비지 않는 지금이 오히려 최적의 방문 타이밍이다.

월정교는 경상북도 경주시 남천 위에 복원된 신라시대 목교다. 조선 시대에 소실됐다가 최근 원형에 가깝게 복원되어 2018년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이 되면 교각과 누각에 조명이 들어오며 전통 건축미가 한층 도드라진다. 특히 붉은 조명과 목재 난간이 물 위에 반사되며 ‘물속의 월정교’라는 별칭도 생겨났다.
월정교 야경은 일몰 후 23시까지 조명이 유지된다. 붐비는 주말이나 공휴일과 달리, 5월 중순 이후 평일 저녁 시간대에는 인파가 줄어 한적하게 감상할 수 있다. 연휴 때 놓쳤다면 오히려 지금이 더 좋다는 평가다. 야간 사진 촬영을 위한 삼각대 포인트도 여유롭게 확보할 수 있다.
교량 위와 아래를 모두 개방하고 있어 다양한 각도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누각 내부에는 신라시대의 구조를 설명하는 전시 공간도 있어 단순 감상 이상으로 역사적 배경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맞은편 교촌마을과 연결된 월정교 광장에는 야경 산책을 즐기려는 시민들도 종종 찾아온다.
접근성 또한 우수하다. 경주 시내 중심에서 차량으로 5~10분 거리이며, 주차 공간도 인근에 넉넉하게 마련돼 있다.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 월지 등 주요 관광지와 도보로 연계 가능한 위치라, 저녁 시간대 산책 코스로 구성하기에도 좋다.
특히 5월 중순부터는 관광객 수요가 주말 중심으로 재편되기 때문에, 주중 방문 시 ‘조용한 경주’를 만날 수 있다. 야경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면 오후 늦게 도착해 석양 무렵부터 월정교와 남천을 걷고, 해가 진 뒤 야간 조명을 감상하는 루트를 추천한다.
경주 월정교는 낮보다 밤에 더 빛나는 곳이다. 사극의 한 장면처럼 고즈넉한 조명 아래 걷는 경험은, 신라의 시간을 오늘로 가져오는 감성적 순간이 된다. 붐비지 않는 5월의 평일, 월정교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밤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