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고흥은 남해안 끝자락에 위치한 조용한 해안 도시다. 바다와 섬, 숲과 우주가 공존하는 독특한 지형 속에서 자연과 과학, 예술까지 아우르는 복합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연륙·연도교 확충으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가족 단위 체험여행지나 감성적인 휴식처를 찾는 여행자들의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국내 유일의 우주발사 기지, 나로우주센터

고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명소는 단연 나로우주센터다. 국내 최초의 우주발사체 발사장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이 있는 가족 여행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내부에는 나로호 발사 과정을 설명하는 전시관, 실제 발사 모형이 있는 우주과학관, 천체 망원경을 체험할 수 있는 천문대까지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특히 우주과학관 전망대에 오르면 나로도 앞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다도해 풍경과 함께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은 아이들에게는 교육의 장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전기차만 다니는 감성 섬 여행, 쑥섬(애도)
보다 조용하고 감성적인 여행을 원한다면 쑥섬(애도)이 제격이다. 섬 전체가 하나의 정원처럼 조성되어 있으며, 차량은 전기차만 운행할 수 있어 친환경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꽃과 식물, 바다 전망이 어우러지며, 마치 유럽의 작은 정원 섬을 걷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배로 이동하는 짧은 항해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고흥 도양읍 녹동항 선착장에서 출발해 약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당일 코스로도 무리가 없다. 쑥섬은 걷기 좋은 길이 잘 정비돼 있어 연인, 가족, 노년층 모두 편안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다.
해돋이 명소, 남열해돋이해수욕장
탁 트인 수평선 너머로 붉게 떠오르는 해를 보고 싶다면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을 추천한다. 고운 모래사장과 바닷길을 따라 설치된 데크길이 인상적이며, 특히 새벽 시간대에는 사진 애호가들과 캠핑족이 모여드는 명소다.
인근에는 소규모 야영장과 카페, 해산물 식당도 있어 해돋이 관람 후 아침 식사나 여유로운 산책 코스로 연결하기 좋다. 사계절 내내 열려 있는 이 해변은 복잡한 인파 없이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트레킹 명소, 팔영산군립공원
고흥의 또 다른 자연 명소는 팔영산군립공원이다. 해발 609m로 비교적 낮은 산세지만, 바다를 등지고 솟아오른 기암괴석 능선과 숲길이 매력적이다. 등산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는 비교적 완만한 코스부터, 능선을 따라 오르는 중급 코스까지 다양하다.
팔영산 정상에 오르면 고흥 앞바다와 다도해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지며, 날씨가 맑은 날에는 멀리 여수·남해까지 시야가 닿는다. 등산 후에는 인근 마을의 로컬식당에서 전복죽, 갓김치 백반 등 토속 음식을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예술 코스
고흥에서는 예술적 감성도 놓치지 말자.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지역 도자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조선시대 백자와 분청사기 등 다양한 유물뿐 아니라, 직접 도자기를 빚어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근처 녹동항 벽화거리는 오래된 항구마을을 배경으로, 다양한 주제의 벽화와 조형물이 조성돼 있는 포토 스폿이다. 바닷가 마을 특유의 정취와 예술 감성이 공존하는 이 공간은 SNS 감성샷을 남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느린 여행지, 고흥
고흥은 단순한 휴양지 이상의 매력을 지닌 곳이다. 섬과 바다, 숲과 우주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 도시는 누구와 함께하든 여유와 깊이를 동시에 안겨준다.
하루 두세 곳씩만 여유롭게 돌아봐도 한 주 동안의 피로가 말끔히 풀린다. 빠르게 소비되는 여행보다, 오랜 여운을 남기는 느린 여행을 원한다면 고흥은 지금 가장 이상적인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