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봄을 가장 빨리 알리는 꽃이 있다면 단연 개나리일 것이다. 그 가운데 성동구 응봉산은 20만 그루의 개나리 덕분에 노란 물결이 도시 전경을 밝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해발이 높지 않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고, 한강과 서울 시내를 조망하며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응봉산은 옛날에 ‘매봉산’이라 불리기도 했다. 조선시대 왕이 매사냥을 위해 자주 찾았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지식인들이 공부에 전념했던 동호독서당의 역사까지 깃들어 있어 문화·자연·역사가 조화를 이룬 곳이다.
봄이면 이 산의 가장자리를 따라 심어진 개나리가 일제히 피어나, 한강변과 중랑천 합수부까지 화사한 노란빛으로 물들인다. 원래는 흙사태를 막기 위해 심은 나무들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봄 풍경의 상징이 됐고, 매년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 3월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2025 응봉산 개나리축제’도 이 흐드러진 개나리의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첫날에 진행된 개막행사와 묘목 심기에는 많은 시민이 참여해 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축제 기간 중에는 캘리그라피, 페이스페인팅, 캐리커처 등 체험 프로그램과 먹거리 장터가 열려 활기를 더했다.
특히 3월 29일 진행된 백일장 및 그림그리기 대회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참여해, 개나리를 주제로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꽃말이 ‘희망’과 ‘기대’를 뜻하는 개나리처럼 참가자들의 창의적 표현이 이어져, 응봉산 전체가 밝고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다만, 전국적으로 산불 피해가 발생한 시기를 고려해 원래 예정됐던 축하공연은 취소되어 축제 분위기가 비교적 차분하게 흘렀다. 그럼에도 노란 물결 사이를 오가며 봄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 자연이 건네는 위로가 이처럼 은은하고도 커다란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응봉산을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 않아, 가족 단위나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찾는다. 산 정상을 향해 걸을수록 한강이 드넓게 펼쳐지고, 팔각정에 오르면 서울의 빼어난 스카이라인을 함께 조망할 수 있다. 봄철 낮 시간대에는 개나리를 감상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고, 해 질 무렵에는 일몰과 도심 야경이 어우러져 또 다른 낭만을 선사한다.
산책로 곳곳에 놓인 벤치와 포토존도 놓치지 말자. 꽃비가 내릴 듯 만개한 개나리 아래서 사진을 찍으면, 노란색 배경에 둘러싸여 한층 더 따스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서울 시내 한가운데서 이처럼 다채로운 봄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응봉산의 특별한 매력이다.
응봉산에 오를 때는 편한 운동화와 가벼운 옷차림이면 충분하다. 특별히 긴 산행이 아니더라도, 개나리 군락을 따라 조성된 길을 한 바퀴 둘러보면 더할 나위 없는 봄나들이가 완성된다. 도심의 분주함을 잠시 잊고, 활짝 핀 노란 꽃잎 사이로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을 만끽해보자.
봄을 알리는 대표 꽃이 개나리라면, 서울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는 개나리는 바로 응봉산이 자랑한다. 올봄 어느날 오후, 마음이 울적하거나 새로운 기운이 필요할 때, 산 전체가 희망의 색으로 빛나는 이곳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가까운 거리와 편리한 교통, 그리고 ‘개나리 동산’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한 환상적인 풍경이 맞이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