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대구 지역에 비 소식이 예보됐다. 평소라면 여행 계획을 미루기 쉬운 날씨지만, 오히려 비가 와야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대구 동구에 자리한 옻골마을이다.

옻골마을은 400여 년의 세월을 품은 경주최씨 종가 고택 마을로, 조선시대 생활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다. 문화재청이 선정한 ‘전국 10대 아름다운 돌담길’ 중 하나로도 꼽힌다. 회화나무 숲을 지나 마을에 다다르면, 옛 돌담길과 고택들이 빗속에서 더욱 깊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비 오는 날 옻골마을을 걷는 것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회색빛 하늘 아래, 촉촉이 젖은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빗물이 돌담을 타고 흐르는 소리가 온 마을을 감싼다. 바람 한 점 없이 내려앉은 빗줄기 사이로 고요히 숨 쉬는 고택들은 시간마저 느릿하게 만든다.
옻골마을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오랜 세월 사람들의 삶이 깃든 공간이다. 조선시대 양반 가옥 20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어,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든다. 빗물에 젖은 돌담과 초가지붕, 그리고 짙은 나무 향기는 비 오는 날에만 느낄 수 있는 정취를 더한다.
마을 안에서는 전통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예약제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 문화에 대한 이해를 깊이 있게 넓힐 수 있다.
체험 예약은 전화(053-983-1040)로 가능하며, 마을 해설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점도 큰 매력이다. 해설을 곁들이면 옻골마을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한층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옻골마을은 차량 접근성도 뛰어나다. 30대 규모의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차량을 이용한 방문에도 큰 불편이 없다. 우산을 들고 천천히 마을을 걷다 보면, 빗속에서 살아 숨 쉬는 조선의 정취를 오롯이 만날 수 있다.
비 오는 날, 일부러라도 찾고 싶은 여행지. 옻골마을은 바로 그런 특별한 곳이다. 오는 5월 초, 비와 함께 깊은 울림을 전하는 옻골마을로 감성 산책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