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봄꽃이 피어나는 5월, 대구 달성군 옥포읍 교항리에서는 흔치 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생하는 300년 수령의 이팝나무들이 세청숲을 흰빛으로 수놓으며, 흡사 구름이 내려앉은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이팝나무는 보통 도심 가로수나 공원 조경으로 인식되지만, 교항리의 이팝나무는 특별하다. 이곳에는 45그루의 이팝나무가 한 마을 숲에 집단적으로 자생하고 있으며, 1991년에는 보호림으로 지정되었다.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느티나무 등 다양한 거목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원시림의 생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5월 초, 이팝나무의 꽃이 절정에 이르면 마을 전체가 눈부신 흰색으로 물든다. 흰 꽃망울이 가지마다 가득 피어나 바람에 흩날리는 순간은 마치 눈이 내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방문객들은 이팝나무 숲을 거닐며 자연의 장엄한 아름다움과 동시에 고요한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교항리 이팝나무 군락은 자연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전통과 문화가 살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숲은 오랜 세월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지켜온 숲이다. 과거에는 이팝나무를 훼손하는 자에게 ‘백미 1두’를 벌금으로 부과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이처럼 마을 전체가 한마음으로 나무를 보호해온 덕분에, 지금까지도 건강한 생태가 유지되고 있다.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대보름과 칠월 칠석에 당산제를 지내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팝나무가 만개하는 5월에는 경로 잔치와 봄놀이도 함께 열린다. 남자들은 농악을, 여인들은 꽃놀이를 즐기며, 자연 속 전통 마을 문화가 살아 숨 쉰다. 이처럼 교항리 이팝나무 숲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살아있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방문객 편의를 위한 시설도 꾸준히 확충되고 있다. 팔각정과 평상, 데크 산책로 등이 설치돼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으며, 나무 그늘 아래 잠시 머무르며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꽃과 나무, 전통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교항리의 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유산이다.
대구와 경북 일대에서도 손꼽히는 이팝나무 명소인 교항리 세청숲. 자연을 온전히 느끼고,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온 전통과 마을의 정신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이팝나무가 선사하는 흰빛의 숲을 걸으며, 잊고 있던 봄의 정서를 되찾아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