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장미꽃이 도심을 물들이고 있다. 대구 서구 중리동에 위치한 그린웨이 장미원은 왕복 7km에 달하는 초록 산책로를 따라 유럽식 장미 정원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도심 속 꽃길 명소다.

대구 그린웨이는 본래 서대구 공단 인근의 노후 산책로와 완충녹지를 정비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재조성된 도시형 녹지축이다. 단순한 걷기 길이 아니라 ‘테마 가든’을 기반으로 꾸며졌으며, 총 7km에 걸쳐 배롱원, 단풍원, 야생화원, 향기원, 장미원, 백합원 등 다채로운 콘셉트의 정원이 길게 이어져 있어 사계절 내내 변화하는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이 중 장미원이 위치한 구간은 가장 큰 사랑을 받는 곳이다. 향기원과 백합원 사이에 펼쳐진 장미원은 5월이 되면 수천 송이 장미가 한꺼번에 만개해 산책로 양옆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붉은빛, 노란빛, 분홍빛, 주황빛 등 각기 다른 색의 장미가 조화를 이루며, 장미 특유의 진한 향기까지 더해져 걷는 이의 오감을 깨운다.
장미 품종의 다양성도 이곳의 큰 특징이다. 장미원에는 장미마다 이름표와 품종 정보가 함께 비치돼 있어, 단순한 꽃구경을 넘어 식물에 대한 이해와 흥미까지 더할 수 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에서 들여온 고전 품종은 물론, 국내 육종가들이 개발한 새로운 품종도 함께 식재돼 장미의 진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장미의 상징성과 이야기성도 흥미롭다. 사랑의 꽃으로 널리 알려진 장미는 로마 신화 속 비너스와 관련된 꽃이며, 중세 유럽에서는 성모 마리아의 순결을 상징했다. 또한 15세기 영국에서 벌어진 장미전쟁의 상징처럼, 장미는 정치와 권력, 종교와 문화 등 다양한 층위를 지닌 꽃이다. 그린웨이 장미원에서는 이런 스토리 요소들을 산책 중 곳곳의 안내문과 설명판을 통해 접할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학생들에게도 교육적인 의미를 더한다.
포토 스폿도 잘 마련돼 있다. 장미터널과 장미아치, 벤치, 쉼터 등이 정원 곳곳에 배치돼 있어 SNS 감성 사진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특히 해질 무렵 부드러운 햇살과 장미꽃이 어우러질 때의 풍경은 마치 유럽 정원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아름답다.
이곡장미공원과 더불어 대구 내 대표 장미 명소로 자리 잡은 이곳은 대중교통 접근성도 우수해, 도심 한가운데에서 꽃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걷기 좋은 길’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걷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장미원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7km 구간은 전 구간이 평탄하게 정비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고, 유모차나 휠체어 접근도 어렵지 않다. 그린웨이를 따라 계절별 테마정원이 이어지기 때문에 장미 시즌 외에도 배롱나무, 단풍, 백합 등으로 자연의 색이 끊이지 않는다.
그린웨이 장미원은 단순히 ‘장미가 예쁜 곳’이 아닌, 도심 속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체험할 수 있는 도심 재생의 대표 사례다.
5월, 대구를 찾는다면 복잡한 관광지 대신 장미와 함께 걸을 수 있는 조용한 길 위의 쉼표, 그린웨이 장미원을 추천한다. 도심과 자연이 어우러진 이 장미 정원에서의 산책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일상의 여백을 채우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