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영산의 고즈넉한 언덕 위, 작약꽃이 붉게 피어났다. 영산 만년교 인근의 숨은 꽃명소 함박공원은 지금 4만 포기 작약꽃이 활짝 피며 봄날 산책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함박공원은 창녕군 영산읍에 위치한 작은 산속 공원이다. 벚꽃과 작약, 배롱나무, 꽃무릇 등 사계절 꽃이 피는 공원으로, 특히 5월이면 백작약, 적작약, 호작약이 언덕 경사를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입구에 설치된 ‘함박공원’ 석비를 지나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본격적인 꽃밭이 펼쳐진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꽃밭이 완만한 평지가 아닌 언덕 지형에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산책과 가벼운 등산을 겸할 수 있어, 단순한 꽃놀이가 아닌 ‘움직이는 힐링’이 가능하다. 공원 중간중간 주차장도 세 곳 마련되어 있어 접근성도 우수하다.
산책길을 걷다 보면 공원 중앙에는 작약꽃 조형물과 영산 시내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포토존이 위치해 있다. 곳곳에 설치된 꽃 이름과 개화 시기 안내 표지판은 식물 관찰의 재미도 더해준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방문객의 소원이 쌓인 돌탑 등도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알찬 나들이 코스가 된다.
작약꽃은 일반적으로 5월 중순 전후 1주일가량 절정을 이룬다. 꽃송이가 크고 향이 강하며, 붉은빛부터 분홍, 흰색까지 다채로운 색감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만든다. 특히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 방문하면 햇살에 반짝이는 꽃잎과 배경 산세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작약은 아름다움뿐 아니라 역사와 전통도 품고 있다. 뿌리는 한방에서 혈액순환·진통·항염 등에 쓰이며, 분홍색은 수줍음, 흰색은 행복한 결혼 등 꽃말도 각기 다르다. 중국에서는 ‘꽃의 여왕’으로 여겨졌고, 지금도 부귀와 명예를 상징하는 대표 식물로 자리잡고 있다.
산책길 끝에는 영산 약수사와 약수터가 있다. ‘영산 약천’으로 불리는 이 약수는 신라시대 유래가 전해지는 유서 깊은 청정수로,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꽃을 감상하며 이 맑은 약수로 입가심하면, 자연이 주는 힐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영산 만년교와 연지못에 이어, 창녕의 또 다른 봄 명소로 떠오른 함박공원.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절정의 작약꽃을 따라 산책하며, 영산의 향기와 역사, 자연을 함께 느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