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머무는 순간을 노려라”… 거창 병곡마을 수양벚꽃, 사진 명소로 각광

거창 북상면의 병곡마을은 덕유산 자락 깊숙이 자리 잡은 작은 시골 마을이다. 이 마을로 향하는 길목은 봄이면 온통 분홍빛 수양벚꽃으로 물들며, 긴 곡선 도로를 따라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벚꽃이 커튼처럼 쏟아진다.
임불마을과 함께 거창을 대표하는 수양벚꽃 명소이지만, 병곡마을은 상대적으로 방문객이 적고 조용하다. 특히 임불마을보다 개화 시기가 약 일주일 늦어 두 곳을 하루에 함께 둘러보면 ‘낙화’와 ‘만개’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점도 큰 매력이다.
병곡마을
병곡마을 수양벚꽃길의 가장 큰 특징은 마을 입구가 아닌 ‘마을로 들어가는 길’ 전체가 꽃길이라는 점이다.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산길 초입부터 굽이진 도로를 따라 수양벚나무가 늘어서 있으며, 그 길이가 길고 곡선이 많아 사진을 찍기에 최적화된 구간이 많다. 벚꽃 아래 도로 폭도 넉넉한 편이어서, 차를 잠시 갓길에 세우고 산책하기에도 좋다.
특히 초입에는 오후 3시 이후 햇살이 닿지 않기 때문에, 오전부터 오후 3시 사이를 추천 방문 시간으로 꼽는다. 이 시간대에는 꽃잎 위로 햇살이 비치며 벚꽃의 색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반면, 오후 늦게 방문하면 노을빛이 꽃잎에 은은하게 스며들어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차장은 따로 없지만, 도로 곳곳에 갓길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여유롭게 마련되어 있어 불편함은 없다. 다만, 꽃길이 시작되는 초입보다는 마을 가까운 지점일수록 사람의 왕래가 줄어들기 때문에 보다 한적한 꽃길을 즐기고 싶다면 끝까지 올라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병곡마을 꽃길은 그 형태가 일직선이 아닌 유려한 곡선을 따라 이어지며, 꽃의 가지가 도로를 덮듯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마치 벚꽃 커튼 사이를 걷는 느낌을 준다. 이 지점은 인물 사진을 찍기에 특히 인기가 많으며, SNS에서도 ‘숨은 인생샷 명소’로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단순히 풍경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진 속의 피사체가 더욱 빛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사진 애호가들에게도 매력적이다.
또한, 꽃이 만개하는 시기와 함께 운이 좋다면 벚꽃과 해넘이가 맞물리는 장면도 볼 수 있다. 구름이 가늘게 해를 가리고, 산 너머로 떨어지는 빛이 벚꽃 위로 스며들면 꽃잎은 원래보다 더 짙은 색으로 물들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변 연계 루트
병곡마을은 단독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임불마을과 함께 묶어서 둘러보면 벚꽃 여행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임불마을이 낮은 고도에서 빠르게 개화한다면, 병곡마을은 상대적으로 늦게 개화하여 시차를 두고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거창IC에서 자차로 15~20분 정도면 병곡마을에 도착하며, 드라이브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봄에는 가벼운 소풍 코스로도 적합하며, 인근의 북상면 카페나 작은 식당에서 지역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병곡마을은 상업화되지 않은 고요한 시골 풍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벚꽃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명소다. 복잡한 관광지와는 다른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병곡마을의 수양벚꽃길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햇살이 드는 시간대를 잘 선택하고, 곡선의 길 끝까지 걸어 들어가보는 것, 그것이 병곡마을 수양벚꽃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