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꽃놀이철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흔히 유명 벚꽃 명소에 몰려 끝less 차량 정체와 북적이는 인파에 지치기 일쑤다. 그런데 만약 주변에 차가 통제된 긴 산책로가 있고, 벚꽃나무가 20km 넘게 이어진다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이 벚꽃길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충북 보은이다.

보은군 보청천을 따라 수령 20~30년 된 벚나무 4천300여 그루가 줄지어 서 있다. 꽃잎들이 터널처럼 오랜 거리를 뒤덮어, 마치 분홍색 구름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특별히 이곳은 자동차 진입이 안 되므로, 사람들은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천천히 이동하며 벚꽃 사이를 자유롭게 누빈다. 힐링을 목적으로 찾는 방문객에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2025 보은 벚꽃길 축제
올해 축제는 4월 4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며, 행사 슬로건은 ‘벚꽃 따라 설레어 봄’이다. 사람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풍성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우선 거리 곳곳에서 버스킹, 버블쇼, 마술쇼 등이 펼쳐져, 걷는 내내 흥겨운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 놀이존과 체험 부스도 마련돼 가족 단위 방문객이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또 벚꽃 프리마켓존에서는 지역 특색이 묻어나는 상품이나 수공예품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어, 봄나들이에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벚꽃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저녁 시간이 찾아온 뒤다. 보은교에서 고승교까지 이어지는 3.5km 구간에 걸쳐 2천여 개 조명이 수목을 비춰, 낮과는 또 다른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자연 속에서 꽃비를 맞으며 밤 산책을 즐기는 건, 일상에선 좀처럼 누리기 힘든 호사다.
보은군 관계자는 “이 지역은 주변보다 기온이 낮아 벚꽃이 3~4일 늦게 개화하고 오래 유지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남부 지역 벚꽃이 이미 진 뒤에도, 이곳 보청천은 한창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가운 소식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축제 기간을 열흘로 늘려, 더 많은 방문객이 여유롭게 봄꽃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보청천 벚꽃길은 차가 없기에 사람 중심의 여유로운 봄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목적지다. 길이 워낙 길어 한적한 구간도 많고, 하천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답답함 없이 걸을 수 있다. 행사장을 찾지 않더라도, 하늘거리는 분홍빛 꽃잎 아래 자전거를 타거나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밤낮으로 달라지는 벚꽃의 분위기와, 거기서 곁들여지는 공연·마켓·체험 부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할 거리가 충분하다. 인파를 피해 느긋하게 벚꽃을 감상하고 싶다면, 올봄 보청천 벚꽃길을 기억해두자. 높은 온도로 꽃이 금방 지는 다른 지역과 달리, 여기서는 한층 오래 가는 벚나무 풍경을 만날 수 있어 더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