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골목마다 하나쯤은 있던 동네 목욕탕이 최근 색다른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와 문화 트렌드 변화로 많은 목욕탕이 문을 닫은 가운데, 이 공간들은 레트로 감성과 현대적 감각이 더해진 이색 공간으로 부활했다.

버려진 타일과 샤워 부스를 인테리어 요소로 삼고, 목욕탕의 정취를 간직한 채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공간들. 오늘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옛 목욕탕 개조 맛집 세 곳을 소개한다.
마하 한남
첫 번째로 소개할 곳은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에 위치한 ‘마하 한남’이다. 폐목욕탕 건물을 감각적인 서재 겸 카페로 재탄생시킨 이곳은 건축가 출신 사장이 직접 리노베이션을 주도했다.
외관은 ‘남탕 3층’이라는 푯말이 남아 있어 과거를 짐작게 하지만, 내부는 아트 피스와 건축 재료, 북컬렉션으로 세련되게 꾸며져 있다.
전면 유리창을 통해 송전탑과 한강을 바라보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커피뿐 아니라 다양한 위스키와 칵테일도 준비되어 있어, 야외 테라스에서 한잔하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날씨 좋은 날에는 4층 테라스가 특히 인기다.
카페 목간
두 번째는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에 자리한 ‘카페 목간’이다. 1988년 김수근 건축가의 설계로 완공된 대형 목욕탕 ‘학천탕’을 리노베이션해 만들어진 이곳은, 건물의 구조를 최대한 보존해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내부에는 옛 옷장 번호표, 입장권, 모발 건조기 등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시그니처 메뉴 ‘목욕탕 세트’는 미숫가루와 구운 계란을 대나무 소반에 함께 내어줘 목욕 후 즐기던 추억을 되살려준다.
넓은 실내와 단체룸 공간은 가족 단위 방문에도 안성맞춤이다. 부모님과 함께 방문해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은 장소다.
술탕
세 번째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술집 ‘술탕’이다. 이름부터 직관적인 이곳은 옛 목욕탕의 분위기를 살린 채, 강남 스타일로 재탄생했다. 파란색 타일 벽면과 샤워호스, 거울 등이 매장 곳곳에 설치돼 있어 실제로 목욕탕 안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늘 물 좋습니다’라는 재치 있는 입구 문구도 인상적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술탕’은 돼지 등뼈가 통째로 들어간 시원한 해장탕으로, 술자리 후속 메뉴로 인기가 높다.
오락기와 다양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친구들과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에 좋고, 샤워 부스처럼 커튼을 칠 수 있는 프라이빗룸도 준비되어 있다. 강남 한복판에서 새벽 3시까지 운영되는 점도 매력이다.
옛 추억을 품은 목욕탕이 새로운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때로는 커피 한 잔, 때로는 술 한 잔을 곁들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특별한 장소들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보자. 물론, 이곳들에서는 목욕은 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