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북면을 지나 미시령로를 따라가다 보면 누렇게 마른 황태가 해처럼 반짝이는 풍경을 마주하게 돼요. 이곳은 하루에 9만 마리나 되는 명태를 걸어 두는 대규모 황태 덕장으로, 기온이 떨어지는 날이면 어김없이 작업이 시작돼요. 늘 분주한 이 덕장에서 가장 반가운 손님은 역시 차가운 겨울바람이에요. 황태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야 더욱 단단해지고 깊은 맛을 자랑하기 때문이죠.
황태 덕장을 지켜온 부부의 이야기
이곳 덕장을 운영하는 김재식(66), 최양희(62) 부부는 결혼 40년 차가 된 베테랑이에요.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에 만나 연애 8개월 만에 결혼해, 시댁에서 물려받은 빚 2억을 갚기 위해 밤낮없이 덕장 일을 시작했어요. 그 세월 동안 덕장을 한 칸 두 칸 늘려가며 악착같이 살아온 덕에, 이제는 하루 9만 마리를 널 수 있는 규모가 되었답니다. 서로 일하다가도 티격태격할 때가 있지만, 황태가 추위를 견디며 점점 더 맛이 깊어지듯 두 사람의 삶도 역경을 딛고 더욱 단단해졌어요.
다리골 황태덕장 식당에서 즐기는 따뜻한 황태 요리
부부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황태는 식사 한 끼로도 훌륭하게 변신해요. 특히 최근에 문을 연 아들의 황태 음식점에서는 황태 떡국이나 구수한 황태국 등이 인기 메뉴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어요. 덕장에서 직접 건조한 황태만 사용하기 때문에 씹을수록 감칠맛이 살아나고, 정성스러운 손맛이 더해져 더욱 푸짐하고 따뜻한 한 상을 받을 수 있답니다.
이곳을 찾는다면 강원 인제군 북면 미시령로1279에 위치한 다리골 황태덕장 식당으로 발길을 옮겨보세요. 식사 중에도 드넓은 덕장에서 황태를 손질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어요. 차가운 바람 덕에 명태가 황태로 거듭나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면, 왜 겨울이 이곳 사람들에게 가장 바쁜 시즌인지 절로 이해가 되죠. 혹시 궁금한 점이 있다면 033-462-5828로 문의해보세요.
겨울바람과 함께 완성되는 인제만의 맛
해가 떴다 지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만들어지는 황태. 그 풍경은 여행자들에게 이색적인 볼거리이자, 이 고장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요. 특히 명태가 갓걸음마를 떼듯 한 마리 한 마리 건조대에 걸리는 모습을 보면, 작은 바람 한 점도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돼요.
인제를 대표하는 황태 덕장을 만나는 일은 단순한 미식 여행을 넘어 삶의 온기를 느끼는 특별한 경험이에요. 부부가 빚더미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온 이야기, 아들과 사위가 대를 잇듯 새롭게 덕장과 식당을 꾸려가는 모습에서 사람 냄새 나는 강원도의 겨울이 그대로 전해진답니다.
다리골 황태덕장에 깃든 정성과 함께 인제의 맑은 공기까지 느껴보고 싶다면, 찬바람 불 때 찾아가 보세요. 어느새 노릇하게 말라가는 황태의 구수한 향기와 함께, 겨울철 별미가 절로 완성되어 있을 거예요.